[Me, today] 27 Oct 2018




<나는 왜 여행을 하는가?>

토요일 오후 7시 20분 
모로코.
 
테투안 시내의 카페. 

카페 창문 밖으로 보이는 비에 젖은 도로. 
오렌지 색 전구는 천천히 밝아지고 은행 앞의 움푹 패인 물 웅덩이에 사람들의 그림자가 떠다닌다. 나는 도대체 어딜 쳐다보고 있는건지, 눈의 촛점이 흐려지고 창 밖의 풍경은 뿌옇게 희미해진다. 

"아빠, 제 꿈이 뭔지 아세요? 저의 꿈은 제가 되는거에요."

"그게 뭔 소리냐?"

"저의 의지대로 제 삶을 한 번 살아보려구요. 세상이 참 넓더라구요. 갈 곳은 많고 배움은 끝이 없어요. 아빠, 여행을 할 때 어떤 생각이 드냐면요. '살아있음'을 느껴요."

"다들 마음 편하게 여행하면 좋지. 돈 쓰면서 재미없는게 어디있냐?"

"아빠, '살아있음'을 느낀다니까요. 일상에서 가지는 감정들과는 달라요. 여행을 할 때 저는 제가 될 수 있어요." 

"엉뚱한 소리 좀 하지마라. 밖에 놀러다니는거를 누가 못하냐? 돈 있고 시간 있으면 다 할 수 있는거 아니냐? 그렇게 여행하고 한국 돌아오면 그 다음은? 니 친구들은 좋은 직장 들어가서 다들 자리 잡고 일 시작하는데."

"아빠, 저 중학교 1학년 때 동내 애들이랑 같이 목욕탕에 갔었는데요. 서로 때 밀어주다가 갑자기 상규가 저한테 이렇게 말하더라구요. 

"민식이는 공부도 잘하니까 나중에 좋은 회사에 들어갈 것 같다."

저는 큰 충격을 받았었어요. 제 자신이 특별하다고 느꼈었는데, 남들이 보기엔 꼭 그렇지만은 않았나봐요. 그렇게 시간이 흘러 수능을 치고 대학교 원서를 넣을 때, 대기업에 100% 취업한다는 학과에 나도 모르게 눈이 가더라구요." 

"남들은 대기업 못가서 안달인데. 너는 "공무원도 싫다, 회사원도 싫다". 그럼 도대체 어떻게 돈을 벌어먹고 살건데? 너는 아직 세상을 몰라. 사는게 니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다. 세상에 일하는게 재미있다는 사람이 몇 있는데? 니 아빠는 일 하는게 재미있어서 그 새벽에 출근하냐? 그렇게 어정쩡하게 나이 들면 동창회도 제대로 못간다."

"아빠, 세상이 변하고 있어요. 아주 빠른 속도로요. 저도 가난하게 살지 않을꺼에요. 보여드릴께요. 아빠 아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"

"아이고... 뭘 하고 살건데?"

"...보여드릴께요. 시간이 필요해요."

"..."

2018년 2월. 
설 연휴에 아빠와 나눈 대화가 내 머릿 속을 떠다닌다. 

시간은 흐른다. 곧 연말이다.

2018년 10월 27일
모로코 테투안에서.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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